(2021 조명특집 좌담회) 스마트가로등 보급의 문제점과 바람직한 발전 방향은
관리자
View : 1196
“스마트가로등 보급, 지자체 인식 개선·개념정립 선행돼야”
성 박사, “기능·안전 담보되고, 시험규정, 정부 정책적 지원 뒤따라야”
정 부장, “스마트가로등, 스마트폴과 개념 혼동, 지자체들 인식 낮아”
김 대표, “기능에 대한 이점 확립되고, 신뢰 쌓어야 보급에 속도 날 듯”
백 본부장, “스마트가로등, 향후 S/W 산업으로 바뀌어, 업역 갈등 오래 안 가”
김 부소장, “일반 가로등 대비 유지관리 어려워, 현재 인프라로는 답 없어”
“독점・업역 갈등・용어 혼선 등 문제 산적…표준화로 해결”
성 박사, “GW와 디바이스 간 통신표준 없어, 이대로 가면 독점문제 발생”
정 부장, “전기·통신 갈등 해결 위해 기준 정하고, 필요한 디바이스 지자체 정해야”
김 대표, “도공 사례 참조할 만, 설치·운영기준 정하고 메인시스템 갖춰 성과”
백 본부장, “국내 넘어 글로벌 시장 진출 위해선 프로토콜 선점 중요”
김 부소장, “‘스마트폴=스마트가로등’ 오해 풀기 위해선 설치목적 명확히 해야”
[전기신문 안상민 기자] 스마트시티 구축이 글로벌 과제로 떠오르면서 국내에서도 다수의 지자체들이 스마트가로등 보급에 본격 나서고 있다. 스마트가로등은 스마트시티 구축의 핵심으로 에너지절약, 도시 모니터링, 도로관리 등 미래 도시를 구축하기 위한 기반시설이다. 이에 점차 사양산업이 되고 있는 LED조명 업체들 중심으로 여러 사업자들의 시선이 스마트가로등 분야로 향하고 있다. 스마트가로등은 앞으로 수요가 큰 폭으로 확대될 것이 유망한 데다 해외진출 잠재력까지 갖춘 제품이기 때문에 시장형성 초기부터 참여해 입지를 다지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 같은 흐름 속에 스마트가로등에 대한 표준 부재, R&D 과제의 난립, 업역다툼 등은 산업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시티와 관련된 산업의 범위가 너무 넓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소통할 창구가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목돼 왔다. 이에 본지는 스마트가로등 보급의 열쇠를 쥐고 있는 발주처, 학계, 업계의 관계자들과 만나 소통의 자리를 만들고, 현재 국내 상황과 향후 방향성 등에 대한 고견을 들어봤다.
일시: 2021년 10월 14일 14:00~16:00
장소: 경기도 킨텍스 내 PR룸
패널: 성정식 ETRI 박사, 정희준 LH 도시기반처 부장, 김재규 리산테크 대표, 백영호 에코란트 본부장, 김재민 중민 연구소 부소장
사회: 안상민 전기신문 디지털뉴스팀 기자
▲안상민 디지털뉴스팀 기자(이하 사회)=스마트시티 구축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르면서 국내에서도 스마트시티의 핵심요소인 스마트가로등 개발이 한창입니다. 이에 개별 지자체별로 스마트가로등 보급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지만 여러 문제들이 도출되고 있는데요, 각자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성정식 ETRI 박사(이하 성 박사)=현장을 분석해보면 스마트가로등의 본질에 맞춰 운영되는 곳이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한 지자체를 예로 들면 스마트가로등에 익숙하지 않은 주민들이 민원을 넣으면서 많은 예산을 들여 설치한 스마트가로등을 일반 가로등으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스마트가로등에 대한 기능과 안전을 담보해야 합니다. 또 인증기관이 지정되고 그런 성능과 안전을 평가할 수 있는 시험규정도 만들어져야 할 것입니다. 또 정책적인 지원도 필요합니다. 지자체도 스마트가로등을 보급할 명분이 있어야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 두 가지 상황에 대한 해법이 나오면 현재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을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정희준 LH 도시기반처 부장(이하 정 부장)=스마트가로등에 대한 정의 정립이 우선적으로 필요합니다. 스마트가로등은 가로등에 디밍 시스템을 추가해 IoT 센서 기반 데이터 추출과 빅데이터 형성이 가능하도록 하는 시스템인데 시중에서는 CCTV나 사이니지 등 콘텐츠를 추가한 스마트폴 개념과 혼용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 스마트가로등 구축과 관련해 법령, 기술지침 및 지자체 운영 방법에 대해 제도적 준비가 부족한 것도 문제입니다. LH에서 시범운영하고 있는 지역을 보면 지자체들이 전반적으로 스마트가로등에 대한 이해도가 낮습니다. 또 여러 분야가 포함된 스마트가로등을 하나의 분야에 포함시키려고 하다보니 운영 및 관리 주체에 대한 혼선도 발생하는 상황입니다. 이에 스마트가로등 설치를 꺼리는 분위기도 감지되며 LH가 설치한 제품을 지자체에서 인수를 받지 않고 있어 LH 내부적으로도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김재규 리산테크 대표(이하 김 대표)=스마트가로등을 사용했을 때 어떤 이점이 있는 지, 그 이점이 실제로 발생하는 지에 대한 데이터가 아직까지 부족하다고 봅니다. ‘스마트’라는 개념이 적용됐으면 이용객과 유지관리자에게 모두 이득이 돼야 하는데 아직까지 스마트가로등은 부담만 주고 있는 실정입니다. 스마트가로등의 기능에 대한 이점이 확립되고 이에 대한 신뢰가 쌓이는 작업이 먼저 필요합니다.
▲김재민 중민 연구소 부소장(이하 김 부소장)=중민은 실제로 지자체에 스마트가로등을 설치한 경험이 있는데, 스마트가로등에 대한 인식 부재가 장애물이 된다는 점을 실감했습니다. 제품에 대한 표준과 대중적인 인식이 없다보니 지자체에 스마트가로등을 설치하려면 우선 관계자들에게 스마트가로등이 무엇인지부터 설명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또 스마트가로등과 스마트폴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고 관계자들 또한 인지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 지자체별로 수요, 유지관리 방안 등이 모두 다른 조건에 놓여 있습니다. 특히 유지관리의 경우 일반 가로등과 달리 기능들이 복잡하기 때문에 현재의 인프라로는 답을 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제도적인 문제들과 더불어 실제적인 유지관리가 또 하나의 장애물이 되고 있습니다.
▲사회=방금 지적해 주신 문제들은 아직까지 스마트가로등 표준이 미비하다는 점과 연관성이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지자체별로, 기관별로 제각각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는데요,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나중에는 종합적인 운영 측면에서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김 부소장=스마트가로등을 개발하고 있는 업체 및 기관들은 디밍 구축 방식부터 분전반 거리 등 세세한 부분을 모두 다르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상세 부속이나 센서까지 표준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차량 감지거리와 양 가로등 등간 거리, 차량감지 시간 및 가로등 제어에 대한 기능 등 반드시 표준화돼야 하는 부분을 미리 정해 선제적으로 정해놓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오작동 대처나 신뢰도 등 자세한 것은 인증이 만들어지면 그때 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다만 이런 것들을 정하려면 차선 수부터 복잡한 도로운행의 경우의 수를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지금은 밑에서부터 진행하니 어려움이 있고 업체 간 갈등이 유발되는 등 상황입니다. 먼저 디밍 시스템이 무엇인지를 정의하고 파생되는 것들에 대한 일련의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스마트가로등 표준에 대한 기초적인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봅니다.
▲백영호 에코란트 본부장(이하 백 본부장)=가장 원천적인 도로조명의 기준은 국토교통부가 관할하는 사항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지난 2016년에 국토부의 도로교통 관련 법규가 개정된 이후 ‘스마트’라는 개념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기준을 보면 도로조명 조광에 대한 기준이 나오는데 자세하게는 기술돼 있지 않습니다. ‘어떻게’와 ‘어느 정도’라는 세부규정이 없는 것이죠. 국토부 규정이 나오면 업체들이 기술적으로 다양하게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제도적인 뒷받침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정 부장=스마트가로등은 운영주체가 건설사가 아니라 지자체라는 점도 애로사항입니다. 건설사는 인프라를 설치만 할 뿐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지자체의 방식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LH는 큰 틀을 가지고 가지만 현실적으로 시설물의 운영주체인 지자체에 맞출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센서부터 게이트웨이까지 세부 사항들을 지자체의 수요에 따라 다르게 공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이런 다양한 수요들을 포괄할 수 있는 표준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통신 방식과 관련된 사안은 ETRI에서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며, LH가 제시할 수 있는 부분은 상시 전원이라든가 예비 배관을 구축할 때 설치하는 규격을 정해 추후에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수준입니다.
▲사회=일각에서는 스마트 도로조명, 공공조명과 관련된 R&D과제가 중복돼 자칫 혼선을 빚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처럼 업체별로, R&D 기관별로 제각각 연구개발에 나서는 게 문제인 것 같은데요.
▲김 부소장=우선 스마트조명이 무엇인지 정확한 개념이 없어 수요처에 원하는 기능을 맞춰주는 것이 현재 관행입니다. 디밍을 예로 들 때 디밍 방식이 업체마다 다르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스마트가로등을 발주하면 업체들이 정확히 어떤 것이 디밍시스템이며, 어떤 기능이 있고 예산은 어느 정도인지 제안을 하고 지자체 관계자는 견적을 받지만 결국 가격으로 최종 사업자를 결정합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는 게 다른 기능을 배제한 채 정말 지자체에서 원하는 기능으로 최소한으로 만들면 업체간 저가경쟁이 되는데 이런 형태로는 향후 확장될 스마트가로등에 대응이 어렵습니다. 체들은 각자가 개발한 스마트가로등을 보급하지 못하고 수요처 기준에 맞춘 최소한의 기능만 제공하게 되는 딜레마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통신, 디밍방식, 감지거리 등 우선적으로 통일돼야 할 기준조차 아직 미정인 상황입니다. 세부 기준과 가이드라인이 먼저 나와 대략적인 기준과 가격이 정해져야 업체들의 기술 개발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성 박사=스마트가로등에서 등급을 정하는 것이 이런 문제에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정기능이 필요한 조건과 필요없는 조건이 다양하기 때문에 포함 기능별로 등급을 나눠 발주처에서 기능을 토대로 스마트가로등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떤가 싶습니다. 민간업체도 등급별로 개발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되며 표준화를 할 때도 등급별로 표준화 시키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김 대표=‘스마트’라는 단어는 모든 업체들이 다 각자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이 같은 문제를 야기한다고 봅니다. 다행히도 최근 에너지공단에서 스마트LED조명을 정의하면서 스마트의 개념이 바로잡히기 시작했습니다. 이 기준을 보면 요구 성능과 시험방법에 대해 명시가 돼 있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부분은 앞으로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아있습니다. 다만 스마트LED조명에 대한 정의는 명확하지만 이를 운영하기 위한 플랫폼이나 세부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통일안이 없다보니까 한 업체가 먼저 서버를 선점하면 지자체에서는 특정 업체의 서버만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 문제를 다른 사례에서 힌트를 얻자면 한국도로공사는 스마트가로등 보급 가이드라인보다 이를 수용할 플랫폼을 먼저 만들어 성공적인 보급을 이룬 바 있습니다. 다른 곳을 보면 하부사항인 보급을 먼저하고 이후 플랫폼을 만들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는 선후 관계가 맞지 않습니다.
▲성 박사=부가해서 설명하자면 현재 국내 주요 산업들을 보면 에너지절약이라는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스마트홈, 벰스(BEMS), 펨스(FEMS) 등이 모두 독립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장 만만한게 조명이기 때문에 각 분야에서 조명과 관련된 기술 개발이 각자 이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스마트홈만 봐도 많은 가전 중에 조명을 가장 먼저 제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벰스도 마찬가지구요. 실질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이 조명이기 때문이겠죠. 그렇다면 각 분야에서 따로 개발하는 것보다는 조명 측에서 하나의 표준 플래폼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나머지 부가적인 것은 나중에 붙이면 되는 문제이죠. 그레서 ETRI에서 2012부터 지금까지 이 작업을 진행해오며 2016년에 API를 정의했습니다. 빌딩에서는 이미 실증이 이뤄졌구요. 다만 게이트웨이와 디바이스 간 통신표준이 없이 이대로 진행이 되면 향후 특정 업체가 독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표준이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네트워크만 독립적으로 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필요한 네트워크는 누구나 쓸 수 있으니까 쓰고 싶은 네트워크를 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2015년부터 IP기반 표준 프로파일을 구축했기 때문에 하부적인 것은 네트워크로 푸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 다음에 게이트웨이와 서버를 확실하게 해야 합니다. 하나의 관제시스템을 가지기 위해서는 누구든지 API만 만족하면 스마트가로등 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우선 스마트조명협의체 스마트조명 표준화 분과에 참여해 지자체, 건설사, 업체들의 다양한 의견을 취합할 생각입니다. 이와 관련된 킥오프 회의를 11월 18일에 예정하고 있습니다.
▲사회=최근 스마트가로등을 보급하면서 불거지고 있는 문제 중에 하나가 바로 업역의 문제입니다. 이게 전기사업이냐, 통신사업이냐 의견이 분분한데, 때문에 LH에서도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압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 부장=대표적으로 전기공사와 정보통신공사의 업역다툼이 있는데 사실 이 두 분야가 공통점이 많기 때문에 다툼이 발생한다고 봅니다. 스마트가로등의 본질을 생각한다면 먼저 가로등이 핵심이고 이후 기능들은 지자체에 따라 다릅니다. 스마트가로등은 디밍시스템만 가지고 보면 전기공사의 영역이라고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기공사와 가로등 부분을 미리 협의하고 나머지 부가되는 디바이스 기기들은 지자체가 필요로 하는 기능에 따라 추후 협의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지금의 영역 다툼은 지자체마다 다른 수요에 대해 확실치도 않은 상황에서 업역 다툼이 먼저 일어나고 있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김 대표=말씀하신대로 가로등에서는 사실 문제가 없습니다. 다툼이 발생하는 지점은 가로등이 가지고 있는 스마트 기능에서 발생합니다. 현재 지자체 담당자가 공사 설계발주를 하면 전기공사협회와 정보통신공사협회 두 군데서 모두 작업이 들어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기공사와 정보통신공사가 모두 분리발주를 근거로 영역 다툼을 하고 있는데 이는 지자체마다 설계와 예산이 다르기 때문에 발주 담당자 측에서 유연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추가적으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공사와 설계들에 대해 대략적으로 케이스를 정리해서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백 본부장=스마트가로등이 전기공사냐 통신공사냐를 놓고 지금은 양측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지만 이는 몇 년만 지나도 스마트가로등이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오래가지 않을 겁니다. 다만 기반시설은 지금처럼 전기공사 쪽이 이끌어 나가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우리나라가 스마트가로등을 보급하면서 벤치마킹으로 삼을 만한 국내외 사례가 있을까요.
▲김 대표=리산테크는 현재 도로공사에 스마트가로등을 설치해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도로공사의 경우 2015년도에 시범사업을 진행한 뒤 현재 실증을 통해 모든 조명에 디밍기능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도로공사는 가로등 10만개와 터널등 60만개를 보유하고 있는데 80% 이상이 디밍기능이 있는 스마트 제품으로 교체됐습니다. 마찬가지로 법이나 제도는 없었지만 도로공사가 자체적으로 설치기준과 운영기준을 만들었고 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메인시스템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중간에 있었던 자금부족 등의 문제는 에스코사업으로 해결했습니다. 도로공사의 사례를 통해 주관부서의 의지와 관제시스템의 유무가 스마트가로등 보급에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성 박사=해외에서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로 덴마크 코펜하겐의 실외조명 연구소(DOLL; Danish Outdoor Lighting Lab)를 꼽을 수 있습니다. DOLL은 현재 리빙랩(Living Lab)뿐 아니라 가상실험실(Virtual LAB)도 진행하고 있는데 업체들이 누구나 새로운 기술들을 시험해 보고 모델링 해볼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줍니다. 또 중소기업들이 스마트가로등의 부속요소와 모듈을 과학적으로 테스트해볼 수 있는 장비들도 갖추고 있습니다. 반면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제품을 도로 위에서 실증해보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실증적인 스마트가로등 보급을 위해서는 DOLL처럼 누구든지 테스트해보고 실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합니다. 표준도 마찬가지로 직접적으로 인프라를 구축해서 실험을 해보고 데이터를 갖춰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습니다.
▲사회=스마트가로등 보급과 관련해 최근 관심이 뜨거운 게 바로 스마트폴입니다. 스마트가로등에 여러 센서류와 다양한 기기를 붙여 도시의 기본 인프라로 활용한다는 개념인데, 현재의 스마트폴 보급과 관련된 서울시 등 지자체와 발주기관들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또 스마트폴이 제대로 보급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와 과정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백 본부장=서울시 스마트폴과 관련해서 업계는 긍정적인 분위기와 부정적인 분위기가 모두 감지됩니다. 우선 서울시가 보급한 스마트폴의 경우 우리보다 앞선 개념을 가진 선진국형 스마트폴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서울시의 경우 일반 조명에 여러 기기를 붙여 놓고 ‘스마트’라고 부르는데 여러 디바이스가 붙어있다고 스마트라는 개념을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차라리 멀티폴이라고 부르는 게 더 맞을 겁니다.
▲김 부소장=우선 스마트폴과 스마트가로등을 혼용해 사용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스마트폴의 주 목적은 대시민 서비스 및 환경데이터 수집을 위한 독립적인 하나의 폴이고, 이 폴에 등기구가 부착돼 있는 것임에도 여러 지자체 및 발주처에서는 ‘스마트폴=스마트가로등’이라는 오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스마트가로등을 설치할 때 모든 등주에 여러 가지 기능을 설치하지는 않습니다. 스마트가로등 설치구간 중 특정 몇 개의 폴에 대시민 서비스 및 환경정보 수집 등을 수행하는 폴이 존재할 뿐입니다. 스마트폴은 그 목적 자체가 도로조명의 역할보다는 IoT 기반의 서비스입니다. 반드시 도로조명 라인(설치라인)에 포함되지 않아도 필요한 곳에 필요한 기능을 설치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미 설치된 가로등 구간(디밍을 포함하거나 혹은 포함하지 않거나)에 대시민 서비스 및 환경정보 수집 등의 기능을 필요로 할 때 특정 등주만 스마트폴로 교체해 해당 기능을 수행하게 하면 됩니다. 이러한 기능적, 목적성의 차이점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 부장=부가하자면 서울시 스마트폴의 경우 가로등이 없는 것도 스마트폴이라고 부르고 있어 혼란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폴’이라는 명칭을 쓸 때 가로등이 달린 폴을 말하는 것인지, 가로등 없이 사용할 것인지를 먼저 정의해야한다고 봅니다. 가로등이 없는 폴은 통신공사에서 관할하는 것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가로등이 붙어있을 때는 전기공사의 영역으로 봐야합니다. 이 경계가 애매하기 때문에 두 가지 이름을 지금부터라도 다르게 정의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사회=앞으로 스마트가로등 분야가 발전하려면 어떤 준비와 대책이 필요한지, 자유롭게 의견을 말씀해 주십시오.
▲성 박사=지자체에서 스마트폴 개념이 아닌 조명제어 시스템만을 위한 관제 인프라를 만들고 이것이 표준화가 된다면 스마트가로등 보급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해외 선진 스마트도시의 사례를 보면 모두 데이터 플랫폼을 가지고 있습니다. 데이터 플랫폼이 중심이 돼야 서비스를 사용할 때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지자체도 이를 인식하고 있어야 합니다.
▲김 대표=스마트가로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KS로 규정되는 순간 신규 업체들이 물밀 듯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시장이 순식간에 확장되고 기술력을 가진 업체들이 다수 유입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빠른 시일 내 KS가 만들어져 시장이 확대되길 기대하겠습니다.
▲백 본부장=전 세계 주요 시장 조사 업체들의 조명 관련 발표자료를 보면 한국 조명 시장은 ‘기타’에 분류됩니다. 그만큼 위상이 낮다는 의미죠. 그런데 스마트조명의 경우 한국이 주요 국가로 지정돼 있습니다. 한국 스마트조명 기업들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프로토콜을 선점해야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앞으로 만들어질 표준이 업체들의 영역을 국내로 제한하지 않고 해외 진출을 도울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합니다.
[2021.10.26 전기신문]
https://www.elec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224276